난 이상해진게 맞다
동물적인 소화능력을 자랑했던 내가
조금만 신경쓰이는 일이 있어도 바로 소화불량이 되어버리고
기분 나쁜 채로 밥을 먹으면 바로 체해버리고
스트레스 받기 시작하면 그게 몇 시던 계속 꾸역꾸역 폭식해버리기도 하고
커피고 티고 아무리 마셔도 워낙 잘 자서 내 수면과는 전혀 상관 없었는데
한 잔 마셨다 하면 새벽 너댓시까지 꼬박 새는 것은 물론이고
잘 깨지도 않던 내가 자다가 몇 번씩 깨기도 하고
낮잠 한 번 자면 다섯시간도 자는데 (그게 대체 무슨 낮잠이냐고 쓴소리 듣기도,)
너무 피곤해서 낮잠 잔다고 누워도 길어봐야 15분이면 깨질 않나
아주 죽은듯이 어디서나 머리만 대면 푹- 하도 잘 자서
언젠가 호텔 48층에서 한 시간 반 동안 화재경보기가 울려대는데도
'응.. 옆방에 전화가 오나보다. 왜 이렇게 안받냐..' 하고
아침까지 아무일 없다는 듯 자던 나는 어딜가고
이렇게 신경과민에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좀 피곤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것인지.
어제도 다섯시 너머 까지 잠을 못잤다
아빠 모시러 공항까지 나갔다가 기다리는데만 두 시간 넘게 걸린데다
열 한 시가 되어서야 끓여놓은 된장찌개에 밥 한 술 먹고 설거지 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겠다, 맘먹고 자러갔는데 너무 생각이 많이 떠올랐다.
내일 해야지, 지금 자고 내일 할꺼야.. 하는데도
전혀 마인드 컨트롤은 되지 않고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이제까지 열심히 안살았다고 생각되고.. 너무 할게 많다고 여겨서 그런지
이것도 해야되고 그거 생각하다보니 저것도 해야되고..
그런게 한 번 시작되니 후회가 막급이고, 해야겠다 생각하니 답답하고.. 에휴.
지난 2주간 부모님 안계실 때는 차라리 일어나서 불 켜고 이것저것 하기라도 했는데.
아빠 깨실까봐 일어나지도 못하고 다음주에 엄마까지 오시면 그런 생활은 빠이빠이.
세 시간도 채 못 자고 아침에 여덟시에 일어나서 아빠 아침식사 챙겨드리는데
딱히 그렇게 피곤하다는 느낌도 없었다.
머리가 아프거나 울렁거린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좀 잠을 못자서 찌뿌둥하고 짜증이 살짝 나는 정도였지
예전처럼 '아 나 왜 깨웠어 왜~_~' 그런 것도 아니고..
뭐 이러다 좋아지겠지.. 하고는 있는데
마시고 싶은 커피도 맘껏 못 마시고.. 쳇.
*
어제밤에 멸치육수 내서 반은 된장찌개 끓이고 오늘 아침에 따끈하게 후룹후룹 먹을거라고
떡만두국 끓여놨는데 세상에 국물을 만두랑 떡이 다 꾸역꾸역 쳐;드셔가지고
정말이지 국물이 관건인 떡만두국에 국물이라고는 요맨큼도 안남은거 보고 엄청 실망했다..
임기응변으로 국물만 새로 만들어서 뚱뚱 불어버린 만두랑 떡 넣어서 끓였더니 맛있더라!
부활한 떡만두국과 완전 맛있게 시어버린 김치랑 해서 아침 챠챱. 네 신데 점심은 아직..-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