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 만에 다시 찾은 한국
여기는 몹시 무덥고 비가 많이 와서 습하다
때늦은 장마로 고생중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는건
아른아른 예쁜 불빛으로 가득한
한강을 끼고 도는 야간 드라이브.
아름다운 한국의 초가을을 만끽해주겠다-며 잔뜩 기대하고 맘먹고 왔더니
날씨에 걸맞는 옷과 가방, 신발에 예쁜 헤어스타일과 샤방한 마음은 고사하고
꾸질꾸질한 길거리
흙탕물 웅덩이
언제든지 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 먹구름
길 가고 있으면 빗물을 촤악- 퍼부어주시는 분노의 레이싱 버스
핸드백은 망가졌고
아끼던 구두는 너절해졌다
비 안오면 햇빛이 이글거려서 기껏한 화장이 다 녹아내린다
모공이 포도알만하게 열린다
환장하겠네
이쯤 되면 짜증내는 것도 다 무의미할 뿐
에라 모르겠다
하이힐을 벗어던지고 맘껏 젖어도 되는 슬리퍼와
편의점에서 산 삼천 오백원 짜리 비니루 우산
올백 헤어에 장바구니 가방으로
빗속을 달린다
이곳은 한국 (장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