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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may.09


01

그간 바빴다
별로 하는 것도 없이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도,
무엇인가 열심히 들고 파고 공부하고 하는 것도 아닌데
이다지도 아무 것도 안하면서도 뭔가 정신 없이 빠듯하게 바쁘면서
또 그와 동시에 최상급으로 스트레스라는걸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서야 알았다



02

자격증 시험 결과가 나왔다
Passed.
그런데, 기뻐야하는데, 마냥 기쁘지많은 않더라
참 이상한 노릇이다
눈이 빠져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고대하고 바라던 대로 되었는데
또 뭐가 무서운걸까, 뭐가 문제인걸까, 나는.



03

무슨 얘기를 하다가 닮은 사람 토픽이 나왔다

나보고 이유리 닮았다, 눈은 이연희, 화장 진하게 하면 보아나
2ne1의 산다라박 (이게 누군지 몰라서 찾아봤다) 같은 스타일이네..
언니, 아는 오빠가 언니 이지아 닮았대요... 내 친구가 너 이지아 닮았대. 까지 말해줬는데.

이 모든 말들이 예전에는 '우와 이쁜 여자연예인들 닮았대,' 하면서 기분 좋아야할 것을
이제는 그저 황송할 따름이오, 넙죽 절이라도 해야할 것 같은 마음과 함께
'이렇게 까지 해줬는데 관리 안해? 살 안 빼?' 로 들려서 부담스럽고 걱정된다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어디 말도 못하겠다

그리고. 사진발/조명발/각도발은 언제나 거짓말을 한다는 것도 살짝.

그런데 진짜 살은 빼야겠다.
이제 나이도 제법 먹어버려서 암만 해도 50키로 아래로는 죽어도 안내려가.



04

어머니날 선물이랑 카드 해드렸는데 생각해보니까 정작
어머니날 식사 한 끼도 멋지게 대접을 못해드렸다 올해는
요즘 우리 가족 모두 정신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긴 하지만,



05

친구가 곧 결혼한다. Bridal Shower 라는 것을 처음으로 가봤다
옛날 부부가 결혼을 하면 함을 팔거나 예물을 준비하는 풍습들 처럼
결혼해서 독립하면 필요한 가재도구 부터 여러가지 살림살이를 장만해서 선물해주는
여자들만 모여 파티하고 즐겁게 보내는 그런 행사.

결혼식은 가서 축하해주고 즐겁게 보내다 올 생각이 있었지만 이런 것 까지 할 줄은 몰랐어서
또 급하게 시간을 만들어서 고급 접시 두 세트를 선물로 준비해서 참석했다
알고보니 큰 백화점에 gift registry 라는 것도 있어서 받고 싶은 선물들을 골라두면
오는 사람들이 될 수 있으면 그 브랜드의 그 제품을 사주는 그런 시스템도 있더라
(난 이걸 보지도 못하고 미리 준비해둔게 있어서 그걸로 줬지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실용적이고 뭘 사야할지 고민 많이 안해도 되고 참 좋은 것 같은데
그냥 기본적인 사고방식으로 gift giving party 라는 개념 자체가 나는 좀 괜히 별로였다

가보니 내가 나도 아는 친구들이 브라이드 메이드가 되어있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친구들이어서 그랬는지, 걔네들의 영어이름을 몰라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쩄든 그 날 거기에 온 친구들 모두 곧 신부가 될 그 친구랑 다 무지 가깝고, 특별하고,
결혼식에서도 무엇인가 할거라서 준비하고 있는, 말하자면 '임원들의 모임' 같은 분위기 였다고나 할까.
그 중에 하나도 맡은 바가 없는 나는 왠지 모를 주눅이 들었다
괜히 '이럴거면 난 왜 불렀지?' 뭐 이런 생각도 좀 들었고..
난 그저 축하를 해주고 싶었을 뿐인데 괜히 서러운 마음만 잔뜩 품고 있어서 그런 것도 싫었다

내 키가 아주 큰 키, 산만한 덩치도 아닌데다 일부러 높은 신발도 안신었는데
다 쪼만쪼만한 여자애들 사이에 나만 무슨 거인에 엄청 덩치 산 같은 사람 같은 느낌도 들었고;
사진 찍었는데 후지게 나온 내 상태도 크게 한 몫 했던 것 같다..
연락 안되던 친구들과도 오랜만에 만나서 좋긴 했지만
순서들도 그렇고 서로의 분위기도 그렇고.. 내 상태와 기분도 후졌었고.

그 와중에 내 신경을 거슬렸던 어떤 친구의 장난스러운 한 마디가 아주 짜증이 났다
은연중에 탁 튀어나온 한 마디에 이성을 잃을 뻔 했다..
하긴 난 요새 얘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과 눈빛과 표정.. 모든게 다 밉고 싫어서 미치고 팔짝 뛰겠다
이래저래 여러모로 기분이 이상했던 날.

이제 내 친구들이 슬슬 결혼하고,
다들 남자친구들을 미래의 남편감으로 생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고.
너무 기쁘고 즐겁지만, 그만큼 스트레스 있는대로 받아가며 결혼식을 준비하고 하는걸 보면서
음. 결혼은 하면 안되는거구나. 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더랬다.

만약 내가 결혼하면 브라이드메이드는 누구 세우지?
나한테 그렇게 내가 모든것을 다 털어 놓고 지내는, 평생 동안 그 친구가 나한테 얹혀서 살며
나를 힘들게 해도 그냥 다 받아줄만큼 아끼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친구가 누구? 얼마나 있지?
뭐 그런 생각도 했다. 두 명은 되겠구나. 일단은 그래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겨야할지-_-;



06

작년 11월달에 회사 그만둔 이후로 처음 다시 회사에 나가서 프로젝트 한 건을 해치우고 왔다
왕짠돌이 우리 사장님, 역시나 처음에 약속했었던 것과 다른 말을 하시면서
일한 시간 모두에서 정해진 시간 만큼만 페이를 주신단다, 어유 치사해라. 솔직히 일 더 시키셨거든요?

다시 와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새로운 사람들 트레이닝 시켜주고 하면 안되겠냐고 그래서
그럼 샐러리 베이스는 아닐테니까 얼마 주실건데요, 물었더니 예전에 일했던 것 보다는 조금 더 많지만
할 일의 양이나 질에 비해서 너무도 터무니 없는 숫자. 사장님, 그거보단 더 주셔야 되는데. 했더니
NO. 란다. 다시 생각해보겠다고는 말씀 드렸지만 마음 속에서는 이미 죄송하지만 못합니다. 로 마음 잡았다.
The highest quality & the largest quantity for the cheapest price. 으.. 너무 심한거 아냐? 참나.

내가 다시 한다고 돌아가면 아마 내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도 내가 아는 것 모든 것을 어떻게 해서든지
다음 사람한테 전하게 할 것이다. 사장님은 하여튼간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을 아주 최대로 단시간에 뽑아낸다,
엄청나게 푸쉬해서.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일까. 뭐. 똑똑한 사람인건 알겠지만. 인간이 너무 짜 -_-

그래도 아직까지 그런 사람이 계속 연락해오고 와서 일하라고 하는걸 보면
능력은 인정 받았다는 뜻일까..?

오랜만에 사장님이랑 일하려니 공과 사는 확실하게! 하며
나를 없애고 일하는 모드의 나, 를 꺼내놓고 별 감흥 없이 하긴 했지만
확실히 상대하기 열라 피곤한 타입의 인간이긴 했다
간만에 그거 보고 있으려니까 열 뻗쳐. 그래도 뭐 하루뿐이잖아. 하며 참았지.

새로 온 여자 두 명도 같이 일하느라 아주 죽으려고 그러더라.
응.. 미안하지만 고생 좀 하세요;
왠만하면 돌아가서 내가 친절히 도와드리겠는데 사장님이 월급 쥐꼬리만큼 준다네요
거기까지 가는데 기름값도 안나오게 생겼어요. -_-.. 는 좀 오반가.



07

또 밤에 늦게까지 잠 안잔다! 땍.
어찌됐든 그간 그냥 이렇게 어영부영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