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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6-6-09


꼬박꼬박 일어나서 앞뜰에 있는 꽃 화분에 물 주고
아침, 점심, 저녁을 밥과 반찬과 국까지 다 준비해서 챙겨먹고
이틀이나 삼일에 한 번씩 집 안에 있는 꽃과 나무들에게 물 주고
하루도 빠짐 없이 mp3 을 가지고 다니면서 어떤 음악이던 듣고
컴퓨터 하면서 싸이 들르고, 티스토리 들르고, 지메일, 핫메일 체크하고
내 레스토랑 '달의 궁전' 관리도 해주고..

생각보다 매일 빠짐 없이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스물다섯 해를 운동이란 것 없이 살아와서 그런지 매일 운동하는 습관도 없고
다른 여자애들 처럼 손톱 관리 받으러 샵에 다니거나
정기적으로 미용실에 가서 두피 관리, 모발 관리 받는 것도 아니고
별 일 없으면 시즌이 바뀌어도 날씨가 바뀌어도 쇼핑 가는 일도 많이 없고
- 이런거 하면 기분은 좋아지는데, '사치' 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매니큐어. -
책을 손에서 떼지 않는 스타일도 아니게 되었고 (어렸을 때는 하루에도 서너권씩 읽었다)
뭔가 조금씩이라도 공부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요즘은.

어떻게 보면 참 밋밋하고 재미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냥..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별 일 없는, 별 탈 없는, 조용하고 매일 매일 똑같아 보이다 못해 지겨워뵈는 삶이,
최고조의 설레임이나 즐거움, 감정 상태를 극으로 몰고 가는 아주 무엇무엇한~ 상황 보다
훨씬 더 감사하고 고마운 시간들이기에 소중하게 여겨야 될 거라고.
매일 웃겨서, 즐거워서 미치겠거나 슬프고 괴롭고 외로워서 죽을 것 같거나.. 한다면
과연 세상 그 어느 누가 멀쩡한 모양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항상 보면 어느 순간 0 제로가 되는 순간이 있다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인생은 제로섬 (zero-sum) 게임이라고.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괴로운 일 다음에는 즐거운 일이 오고, 10 만큼 행복했다면 한꺼번에는 아니겠지만
도합 10 정도 되는 쓴 약도 있기 마련일 거라고. 삶.. 그런거라고.

기쁨을 천천히 느끼고 매 순간 내가 있는, 내가 가진, 내 삶에 감사하면..
왠지 슬픈 일, 나쁜 일도 그렇게 조금씩 나뉘어 더디 올거라 믿으며,
이제까지 짧지만 살아오면서 소소하게 많이 지나갔다고,
그러니 앞으로는 그만큼을 보상하기 위해 또 좋은 일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그렇게 좋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
그나저나 또 새벽 네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