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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나는 출근도 안하고 아홉시 반까지 잉여처럼 쳐잤고 ㅋ
나와 화장품을 같이 쓰는 엄마가 들어오셔서 잔소리를 한 천오백만번쯤 했을 때
있는 짜증 없는 짜증을 다 내면서 일어났다. 크흐.

당연히 아침 점심 거의 굶고.
집에서 아무 것도 안하고 안먹어도 샤워는 하는지라 씻고 나와서
컴터로 비쥬얼드 블릿츠 보석깨는 게임 좀 하다가
허니와 클로버를 틀어놓고 크리스마스 선물들을 포장하고, 카드를 썼다.

디어 클라우드 들으면서 홈페이지도 조금 바꾸고
메일도 쓰고, 편지함도 정리하고.

앞집에 사는 캐네디언 가정에 초코파이와 쿠크다스를 예쁘게 포장해서
카드와 함께 넣어서 문 앞에 두고 왔다.
조금 뒤에 보니 우리집 문 앞에도 초콜렛 한 상자와 예쁜 초가 놓여져 있었다..
한국 과자 처음 먹어본다면서 고마워하고 좋아하는 모습 보니까
비록 오늘 하루종일 잉여같이 살았어도 뿌듯하고 좋았다.

저녁 때가 되어서야 준비하고 잠깐 나가서
바 같은데서 맛있는거나 마시자 싶었는데 죄다 문을 닫았다
결국 뻔한 곳에 가서 보드카가 살짝 들어간 핑크 레모네이드 한 잔과
치즈스틱, 치킨핑거를 먹는 것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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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자마자 한 20분 정도 정전이 되었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대신 블랙아웃 크리스마스 될 뻔 했다;

온통 하얗게 덮인 눈과
거리마다 반짝이던 불빛들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모습은
황량하고 깜깜해서 꽤나 그로테스크하게 보였다.

초를 잠시 켜두었는데 (앞집 아줌마, 오늘 정전될거 알았나?;;)
불 냄새가 미미하게 남아있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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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만나게 되었던 좋은 사람들과 함께 카드와 소소한 선물들을 나누면서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 해도 아직 감사함과 사랑을 나눌 따뜻한 정은 남아있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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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사락사락. 이쁘게도 내린다.
오늘 부터는 1시에 꼭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