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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8/10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이 내내 가라앉아있었다
무엇인가를 하려는 마음도 생기지 않고 왠지 우울한 것 같기도 하고.
별로 뭔가 먹고싶지도 않아서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한 술 뜨고 일어났다

뭐랄까, 일종의 화.

화도 나고 속도 상하고 막 억울하기도 하고 온갖 감정들이 다 뒤엉켜서 엉엉 울었다
기껏 나가려고 준비 해놓고 화장도 다 하고 옷도 예쁘게 입었는데
눈이 퉁퉁 부을 때 까지 자꾸자꾸 눈물만 났다, 말도 못하고..

나가려고 보니 화장도 다 지워지고 너무 엉망이라
일단 또 씻고 대충 부은 눈두덩이를 좀 짙은 화장으로 어둡게 하고 나갔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과의 만남 이후에도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기분이었다. 왜 그랬지..

역시 아침에 울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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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나라면 내가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봤겠지만 오늘은 생각이고 뭐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뭔가 머리를 굴리고 복잡하게 생각하고 그게 힘들었던 것 같다
구태여 누군가에게 나의 이 엉망스러운 심정을 일일히 낱낱이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오해를 하던 말던 그건 정말 걱정할 꺼리도 못되었다. 이런 날 오해하고 쑤시는 사람이 나쁜거다, 라고
나름대로 '설명도 말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자기 합리화를 다 해버렸다.
꾹 참고 있었는데 그게 터져나온거지. 온갖게 다 밉고 싫고 원망스러웠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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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나는, 아주 단순하고 기본 적인 것들을 하면 복잡한건 다 잊어버리는 남자스러운(?) 뇌 구조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멀티태스킹이 안되는 극히 드문 여자 중에 하나다;)
방금까지 마치 더 없는 슬픔과 억울함을 꾹꾹 눌러 참다가 뻥 터진 사람처럼 엉엉 울다가
눈물 뚝. 그치고 바로 파스타 보면서 히죽거렸다. 이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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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자야겠다
이렇게 마음 상태가 엉망일 때는
그래서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나의 마음을 좀먹을 때는
재미있는거 보면서 빵빵 터뜨려주고
웃음이 가시기 전에 얼른 씻고 자는게 수다

내일은 이러지 않길. 나아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