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의 내 헤어스타일은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엄마나 할머니가 묶어주시는 대로
백날 백일 긴 생머리를 앞머리 당연히 없이 잔머리도 빠져 나오지 않을 정도로
하나로 싹싹 단정히 묶어서 항상 포니테일을 하고 다니곤 했다
좀 머리가 크면서 포니테일이 지겨워서 머리를 묶었다 풀었다 파마를 했다 난리를 칠 때 마다
너한텐 올백이 제일 잘 어울려. 왜 머리를 그렇게 찍찍 펴서 못나게 하고 다니냐! 라고 구박을 ㅠㅠ
근데 뭐 일도 해야하고, 좀 너저분해 보이기도 해서 하나로 묶어서 돌돌 말고 출근했다
반응이 꽤 괜찮았다 ㅋㅋ 쪼끔 용기 얻고 다시 어렸을 때 처럼 (편하기도 하고;)
앞머리 없이 묶어서 링고머리를 하고 다녔더니 요즘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말들 중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바로 '무용하는 사람이에요?' 라는 말이었다
무용하는 사람이면 왜 출근하겠어요 ㅎㅎ
얼마 전에 아는 오빠의 결혼 리셉션에 초대를 받았다. 그래서 늘 하던대로 링고머리를 하고 갔다
내가 머리 길었을 때나, 가끔 무슨 일이 있어서 열심히 드라이를 했을 때나,
몇 시간을 들여 힘들게 세팅하고 나타났을 때는 아무 얘기도 없었던 오빠의 어머니가
그 날은 나를 보자마자 앞에 딱 세워두고 자기 언니, 동생, 그 곳에 모인 많은 여자들과 아저씨들 ;ㅁ; 앞에서
내내 숨도 안쉬고 어머머머머... 얘 봐요 얘. 를 반복하셨다. 왜 진작에 이렇게 하고 다니지 않았느냐고..
훨씬 예쁜데!!! 라며.. 엄청 민망하고 챙피했다 ㅠㅠ 처음 보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그럼 그 사람들은 '얘가 평소에 어떻게 하고 다녔으면..' 이라고 생각할거 아냐 ㅠ (안이쁘다고 생각했으면 더더욱이나!)
정말이지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_ - 외모 칭찬을 수도 없이 들어보기는 또 처음이었다
다른 여자분들은 맞아 맞아 뭐 이러고 있다가 조용히 나한테 와서 '혹시 무용하세요? 전공이?' 라고 물어봤다
아뇨. 그랬더니 정말 표정들이 ㅇㅅㅇ!!!! 뜨악하는 얼굴. 아니 왜? - _-; 당장이라도 무용 전공 시킬 기세였다.. 음;;
이 얘기 들으면 가장 아쉬워하는 사람은 바로 우리 엄마.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팔이 길다는 것을 이미 알고있었던 우리 엄마는
그 때 당시 꽤 잘 나가던 태릉선수촌의 리듬체조 코치며 발레 선생이며 다 알아보고선
정말로 진지하게 나를 춤을 시킬까 생각했었다고 한다. 같이 만나러 갔었던 기억도 어렴풋이 난다.
난 어렸을 때도 혼자 볼쇼이 발레단 공연도 보러 갔다오고 그랬었다고..
또 알아? 열심히 했었다면 지금의 김연아 처럼 됐을지 ㅋㅋ 이런 망언;;
머리 풀고다녔던 사진들이랑 비교를 해보니 뭐.. 난 내 얼굴이라 별로;; 그 확연한 차이를 잘 모르겠지만
이마가 동그랗고 넓어서 머리까지 그렇게 묶어놓으니 무용하는 사람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른 사람보다 팔이 길고 아줌마들 보다 키 크니까 실제 치수와는 상관 없이 더 길어보였을 수도 있고 ㅋㅋ
겉모습은 정말 중요한거구나.. 에휴.
좀 피곤하다.
예쁘면 대접 받고 안예쁘면 푸대접 받는 세상이라.
맘에 안들게 하고 가면 그냥 있는둥 마는둥 하고 맘에 들게 하고 가면 온갖 칭찬에 예쁨 받는..
사실 이에 대해서 여러가지 할 말(?) 은 많지만 각설하고.
늦었지만 이 참에, 이 기세를 몰아 운동도 끊었으니 재즈댄스라도 시작해야겠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