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예술을 한다면서,


아티스트는 스스로의 힘으로 무엇을, 어떤 것을 늘 창조해야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많은 영감들을 자기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표현해내야한다고 생각한다. 크고 작은 아이디어들이 유기적인 작품으로 승화될 때 비로소 아트가 탄생하는거라 믿는다. 적당히 캔버스에 점 하나 찍어놓고 여러가지 그럴듯한 의미를 부여해서 포스트 모던 적인 발상을 하는 것 또한 스스로의 생각과 사상이 바탕이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절박한 마음이라던가 결핍되고 상처받고 궁지에 몰린 상황이 아이디어를 짜내는데 더없이 강한 동기를 부여하기 마련이지만 기본적으로 인격과 생각이 좋은 사람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좋은 작품을 한다는 믿음에 대해서만은 변함이 없다. 

작품 안에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드러나기까지 어떤 노력과 방법을 택했는지 역시 충분한 내러티브가 있어야 진정성 있는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의외로 다수의 아티스트들이 자신이 처음의 발상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어떤것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어떠한 단계들을 거쳐 결과물에 이르게 되었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작 본인 스스로도 자신 없고 설명할 수 없고 이해시킬 수 없는데 어떻게 타인의 마음에 무슨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또한 열린 사고방식과 다른 사람의 의견과 생각을 수용하려는 노력은 끊임 없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티스트라며 다들 삶에 치이고 작업하느라 바빠서, 지금 당장 해야하는 업무들에 밀리다 보니 궁극적으로 아티스트들이 가장 염두에 두어야할 타겟인 일반, 혹은 대중들에게 쌍방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일방적인 공고를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러이러한 엄청난 곳에서 유명한 사람들과 함께 연주회 합니다, 여러분 반드시 시간 내어 와주세요. 2011년 제 몇 회 전시회 합니다, 와서 보세요. 끝나고 같이 사진 찍어요. 리셉션 때 다과 제공합니다. 싸인 받기 위해서 브로셔 구매 지참 필수. 티켓 얼마입니다" 와 같은 공지사항 보다 내가 왜 그 시간, 그 돈, 그 노력을 투자하여 당신의 연주를 듣고 전시를 관람하며 그 자리에 있어야하는지??? 에 대한 타당하고 설득력 있는 이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조금의 관심이 있다는 이유 만으로 한 번 지나가면서 들러가기엔 그 격이 아마추어가 끄적댄 허섭스레기 같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아무런 느낌도 메세지도 없는, 적당히 이 말 저 말 껴맞춘 듯한 말은 듣고 싶지 않은 것이다. 레플리카를 보기 위해 루브르를 찾는게 아니라는거다. 좌석당 몇 백불 하는 조수미의 콘서트에 끄트머리 자리라도 가는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다. 적당하게 귀를 즐겁게 하려는 연주라면 유튜브에 빼곡히 올라와있는, 뭐 좀 한다하는 사람들의 너도나도 식의 비디오를 보면 되는 것이다. 웹서핑을 하며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 몇 가지 더 보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고 시간 낭비 하지 않아서도 좋은 것이다.

좀 더 타인의 궁금증을 자아낼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만큼 확실하고 흥미있는 부연 설명 또한 꼭 필요한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의 방법에 대해 아주 잘못 알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아쉽다. 귀를 열고,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활짝 열어두고, 레이더를 바짝 세운채, 소통하기에 열을 내야하는 상황과 현실임을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이 바쁜 세상,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중에,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양한 사람들이 뭐에 대해 관심이 많은지, 그런 것을 어떤 식으로 보길 원하는지, 부문이 다르더라도 타분야의 소위 잘 나가고 있는 아티스트들은, 그리고 내 주변, 나의 경쟁자들은 과연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지.. 늘 소통하고, 공부하고, 나누고, 발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웹사이트는 링크가 깨져있고 업데이트 된 지는 어언 4년이 다 되어가며 그나마 있다는 블로그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매개가 아닌 클릭당 몇 센트 주는 광고로 점철 되어 있고 트위터는 당췌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 안쓰고 페이스북 월은 닫힌지 오래다. 말하고 싶겠나. 누가 그렇게 아웃데이티드 된 작가에게 굳이 어렵게 여기저기 뒤져서 매일 확인을 할 지 안할 지도 모르는 주소에 메일을 보내서 일을 주고 싶겠는가. 있던 관심도 달아나게 생긴 마당인데.

아티스트라면서 그럴듯한 타이틀만 버젓이 달아놓고 당연히 해야할 기본도, 끊임 없는 노력도 안하고 적당히 해서 날로 먹으려는 사기꾼들이 참 많다. 나는 아티스트도 아니고 관심만 좀 있는 사람이지만 그런 모습들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그저 짜증만 날 뿐이다. 결국 그들이 하고 있는 예술을 최종적으로 즐기고 쓸, 다시 말해 '사줄' 엔드유저는 나인데, 그렇다면 나에게 잘 보여야 되는거 아닌가. 적반하장도, 오히려 자기네들이 대단하다고 여기며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도 모르고 뭘 표현하고 싶은지도 전혀 설득시키지 못하면서 남의 표현을 인용(따라) 하고, 따라한다고 하면 자존심들은 있어가지고 뭔데 알지도 못하면서 그딴 말 하느냐 지랄하고, 되려 일이 잘 안된다고 투덜댄다. 왠 자격지심이신가.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면 더더욱이나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제대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소통하고 공부하고 나누고 발전해야한다는 것은 학생의 입장에서 단순히 학교 과제를 잘 해내는 것 만이 답은 아니다. 오히려 더 바빠서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해야하고 배워야겠지만 틈나는대로 다양한 것들을 접하고 내가 아티스트로서, 적어도 예술을 한다는 사람으로서, 인생에 걸쳐 뭘 얘기하고 싶은지 공부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하고 여러가지 시도도 많이 해보고, 모험도 해보고, 그런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해도 다 받아들여질 수 있는 때가 학생 때이기에. 그렇게 학교에서 시키는 것만 해서 점수 좀 잘 받았다고 우쭐해 할 것도 없고 점수 좀 안 나왔다고 인생 끝난거 처럼 우울할 새가 없다는 얘기다. 얼마나 바쁘고 좋은 기회인가. 그러니 이제 그만 쳐놀고, 그만 투덜대고, 그만 짜증내고, 그만 유세 떨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아직 인정 받은 아티스트는 아니지 않은가. 단, 제대로 된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들을 다른 사람들과 효과 적인 방법으로 소통하면서. 진정한 아티스트의 유니크함은 작품에서만 드러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