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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살기

장보기


당분간 혼자 살게 되면서 어떤 것보다 좋은 것은 아무래도 내 마음대로의 식단이 아닐까
물론 캐나다에서 살던 식으로, 장보던 식으로 아무런 기준 없이 마구 산다면
돈도 많이 들고 양도 많아서 늘 남길 것 같아서 딱 필요한 것들만 조금씩 사고
사오면 고루고루 싹싹 먹어치울거 생각하는게 제일 좋을듯 했다
엄마가 일일히 성분함량표 열심히 읽어본 후 될 수 있으면 유기농으로 챙겨주셨던게 벌써 그립기 시작했다


5/19 흰쌀밥과 친하지 않은지 오래 되었기 때문에 이건 포기하지말자, 싶어서 산 현미 한 봉지, 유정란 10알, 풀무원 아메리칸 샐러드 한 통, 부침용 두부 한 모, 빵에 넣어먹을 고다 슬라이스 치즈, 내려마시는 원두 커피 대신 아쉬운대로 블루마운틴 블렌드의 우려마시는 백 커피 한 박스, 세일하는 12개 들이 떠먹는 요거트 한 세트, 스페셜 케이 시리얼 한 박스, 토마토 일곱알, 파리바게뜨 후레쉬밀크와 허니버터 스프레드를 사왔다. 샐러드 드레싱은 좋아하는 스타일로 만들어 먹을거 생각해서 사지 않았다. 생각보다 굉장히 한국스럽지 않은 식단이 나올 것 같은 식재료들을 사왔다. 


5/27 맛있는 우유 GT 에서 두 개 셋트 세일하길래 일단 우유 챙기고, 비피더스 12개 들이 마시는 요거트, 베지밀 B 한 통, 빼빼로 점보팩, 후랑크 소세지 1+1, 소금과 후추, 양배추 반 통, 명란젓, 모짜렐라 치즈, 양송이 버섯, 그리고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유기농 현미 코코 시리얼 한 박스를 사왔다. 우유, 두유, 마시는 요구르트 때문에 무게가 무거워져서 이마트에서 장봐서 집으로 오는 동안 무겁고 손 아파서 혼났다. 왠 마시는 종류를 이렇게도 많이 산건지. 홍초 1+1 세일하길래 그것도 사오려고 했는데 도저히 무거워서 나중에 뺐다. (게다가 양도 쓸데 없이 너무 크고 많았던 것도 있어서) 조그마한 포터를 끌고 오지 않는 한 혼자 장보는 일도 힘들겠다 싶더라. 빵을 못사왔는데 늘 건강 생각해서 홀그레인, 멀티그레인 브레드만 먹다가 이마트에는 순 흰 빵들만 있어서 못사왔다. 당뇨가 당장이라도 올 것 같은 흰 빵; 겁이 덜컥 나서 못사겠더라. 어디 가야 맛있는 잡곡빵(?) 을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건강에 좋은걸 먹어야지..

집에 오자마자 양배추 씻어서 양배추 김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만드는거랄 것도 없이 그냥 잘 씻어서 얇게 채썰어서 통에 담고 소금 휙휙 뿌려놓고 몇 일 있다가 먹기 시작하면 된다. 금새 숨이 죽고 아삭아삭하지만 양배추 물이 잘 우러나와서 새콤한 맛도 있고, 양배추 물이랑 같이 먹으면 소화도 잘 되고 피부도 좋아지는 아주 좋은 반찬이다. 엄마가 양배추 김치 빨리 만들어 먹으라고 자꾸 말씀하시길래 까이꺼!! 하고. 양배추 반 통 뿐이지만 그것도 양이 꽤 되어서 4/5 정도는 다 김치 만드는데 쓰고 나머지는 깍뚝 썰어서 초장에 찍어먹으려고 통에 넣어두었다.

안국동 맛집 중 지난주에 진아랑 다희랑 갔었던 까칠함의 극치 '계동마나님' 댁에서 야채드셔요, 코너에 양배추에 고추장 찍어먹는게 있었는데 꽤 괜찮은 아이디어 같아서 따라 해봤다. 오늘 밤은 실온에 내다놓고 내일이나 모레 정도에 냉장고에 넣으면 될 것 같다.

제대로 된 정수기 갖고 싶다. 집에 있는 정수기 가져오고 싶다. 으아.. 정말이지 맛있는 물 먹고 싶다 ㅠㅠ 물이 맛없다는게 어떤건지 톡톡히 체험하고 있다.. 수돗물 먹기는 좀 그렇고 매번 사오는건 힘도 달리고 돈도 나가고 다용도로 쓰기엔 어렵고. 당분간은 물 끓여놨다가 식혀서 먹으면 되지만 언제까지나 그걸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역시 끓였다가 식힌 물은 맛없다. 요새 소녀시대가 열심히 선전하는 반짝반짝 투명얼음도 만들어주는 코코코웨이 정수기 한 달에 2만 5천원 정도만 내면 렌탈이 가능하다는데 그거나 한 번 알아볼까? 밥물, 야채/과일 씻는 물, 마실물 모두 한 번에 해결될테니. 그런데 그 정수기 기능이 정말 좋은가? 흠..

뭐 먹고 살아야할지 잘 모르겠다. 내가 제일 싫어하고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중에 하나가 '뭐 먹고 싶어?' 인데 내 마음대로 사먹을 수 있지만 뭘 살지, 뭘 만들어야할지 아이디어가 안떠오른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괜찮아보이는 레시피를 무조건 따라하기엔 재료가 비싸고 남으면 아깝고 그렇다고 남을 줄 수는 없으니까 지혜로운 장보기 아이디어를 계속 연구해봐야겠다. 별 거 산 것도 없는데 \45,000 넘게 나와서 조금 신경쓰인다. 뭐 사오면 자잘하고 깨알같이 계속계속 나오는 쓰레기도 처리하는 것도 싫고..

그렇지만 일단 일용할 양식을 살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 너무 못먹어서 배 뽈록 나오고 아사직전에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너무 먹어서 살 좀 빼야하는 사람이니까. 오늘도 감사히 맛있게 먹고 즐겁게 기쁘게 살아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