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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Good Friday

01
따끈따끈하게 물을 끓여서
묵직한 머그컵의 삼 분의 이 보다 쪼끔 더 채워서
얼그레이 찻잎을 하트 모양 인퓨저에 담아서
물 가운데에 떨어뜨리고 2분 22초를 기다려서
찻잎을 건져내고 각설탕 두 개를 퐁당퐁당 넣어서
막대가 긴 티스푼으로 휘휘 젓고 밀크를 가득 부어서
머그컵으로 전해지는 따끈한 온도를 두 손으로 느끼면서
팀버레이크의 never again 을 들으면서

마치 경건한 의식이라도 치르는 것 처럼
진지한 표정을 하고, 나의 소확행.


02
오늘은 금요일 입니다
하지만 이틀 후에는 주일이 옵니다
it's friday, but sunday is coming.

지금 나는 비록 금요일을 살고 있지만
곧 주일이 올거라는 확신,
그리고 가슴 가득히 기쁜 소망을 품고 감사할게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03
성금요일 예배를 다녀오는길에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분의 댁에 들렀다
박사님 좋아하시는 아이스크림이랑 초코 사서.

얼마전에 결혼한 삼촌이랑 언니 (아직 숙모라는 호칭이 어색해서) 가
결혼하고 허니문 가있는 동안
두 분만 계시니 적적하실 것도 같아서.
가니까 너무너무 좋아하셨다

나 왔다고 맛있는 것도 잔뜩 꺼내주시고 예쁘다 착하다 토닥토닥 해주시고
사모님은 외할머니랑 친할머니 중간쯤 정도의 느낌일까
새벽 두 시까지 도란도란 얘기 나누다가 왔다


04
삼촌이 2개월 때 부터 애지중지 키웠던 고양이, 토이라고 있는데
고양이 많이 봐왔지만 그렇게 예쁜 고양이는 또 처음봤어..

털이 길고 전체적으로 보송보송한 느낌인데
코를 중심으로 얼굴, 등이랑 꼬리, 앞발 뒷발 양말 신은 것 처럼
멋지게 스모키 그라데이션이 들어있고 배는 뽀얗고.

눈이 찢어지고 올라간 전형적인 고양이 눈이 아니라
뭔가 동글동글 강아지 같은 눈이라고나 할까.
불빛에 비추면 ⓛ.ⓛ 이렇게 되는 눈이 아니라 ⊙.⊙ 요런 얼굴.
정말 예뻐. 고양이의 눈알은 매우 중요하니까.
삼촌이 없어서 무슨 종인지는 못 물어봤네..

결혼도 했고, 얘를 어디론가 보내야된다고 한다
정말이지 털 많이 빠져도 좋으니까
가능하다면 내가 데리고 오고 싶을 정도로 예쁜 아이였다

내가 바닥에 앉아있었더니 느릿하게 걸어와
손 아래 들어와서 한참 부비다가 다리 옆에 눕더라
체온이 너무 기분 좋은 따뜻함이어서 사랑스럽다는 느낌.

요맛에 애완동물 키우는가 싶고.. 아 갖고 싶어 정말!
이제 한동안 또 계속 고양이 꿈꾸겠구나


05
치즈와 올리브, 레드 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