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많이 아팠다.
지난 사흘동안 정말정말 많이 아팠다.
코 막히고 목이 무지무지 따가워서 침 삼킬 때마다 아프고
코가 막혔으니 숨을 목으로 쉬니까 건조하게 만들어서 내벽이 다 찢어질 것 같고
간간히 하는 기침과 진한 가래도 견디기 힘들고
심하게 맞은 것 처럼 온몸이 다 쑤시고
무엇보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회사에 나가서 책상 앞에 앉아 잘 쉬어지지 않는 숨을 겨우 쉬어가며
필요한 자료들을 일곱개 만들어서 보내는 것만도
하루 반나절이 우습게 지나갔다. 머리가 안도는데 이렇게 해서 뭐하지 싶은게.
그래도 그들은 내가 아니고 우리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고
차마 이해 시킬 수도 없다. 사회니까. 그저 직장 동료일 뿐이니까.
그저 어서 나아라, 그래야 빨리 힘내서 일하지.. 하는것일뿐.
하루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었다.
아프기만 했다.
잘 먹어야 되는데 서있을 수 조차 없으니까 음식을 만들기도 힘들고
약을 먹어야 좀 낫겠지 싶으면서도 먹어봐야 낫지도 않을꺼,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도 필요 없고 어줍잖은 위로의 말은 더더욱 싫었고
그냥 아무도 없는 방안에, 집안에 혼자 있었다.
졸리면 잤고, 아프면 어떻게 해서든 잠을 자려고 했고, 답답해도 자려고 노력했다.
일어나면 아프니까.
순간, 그냥 살아있는게 참 아픈거구나 생각했다.
너무 간절해져서 막 기도했더니 희한하게 지끈거리던게 멎어서 자고.
오늘은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병원엘 다녀왔다.
가서 비타민 수액 IV 맞고 왔다. 요새 몇 번 맞았는데 중독되겠다..;
혈관 못찾아서 오늘도 실컷 두드려맞고 시퍼런 멍을 획득했지만 확실히 견디기가 한결 수월하다.
조금 나아진 듯, 이때다 싶어 돌아오는 길에 레몬 세 개 사고 죽도 사와서 먹었다.
열심히 챙겨먹고 레몬 짜서 속이 싸할 정도로 타서 레몬티 만들어 마시고..
좀 억울하고 슬프지만
머리 싸매고 청소기 돌리고 빨래 해서 널고 화장실 청소도 하고 정리정돈도 막 했다.
속상하고 몸은 여전히 아프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다 혼자 살기의 첫 단계이고
아무도 해줄 수 없으니 결국은 내가 해야할 몫인 것을.
진짜 몸 좀 챙겨야겠다.
다른게 아니라 아침/저녁 제대로 밥을 해서 먹어버릇을 해야할 것 같다.
아침은 급하게 공복으로 그냥 씻고 추운 상태로 머리 적셔서 나가고
점심이야 회사 분들이랑 먹지만 다 회사 주변에 조미료 팍팍 들어간 흰쌀밥 점심일 뿐이고
저녁에 야근하면 대충 때우고 집에 와도 그냥 영양가 없는 피자 파스타 따위니까
진짜 몸에 영양은 하나도 없고 배만 부르는 것으로 땡이다보니..
한식이 제일인데.. 뭘 만들어 먹지.
사실 혼자 먹는 밥을 하기 위해서 한 시간 요리와 뒷정리를 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좋아는 하지만 귀찮아하기도 하고. 먹기보단 차라리 잠을 자는게 더 꿀 같아서..
그런데 아닌거 같다. 결국 나를 챙길 사람은 나 밖에 없다는 것을 잊지말고,
내일 아침엔 현미밥 하고 좋아하는 계란말이 해서 김치랑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