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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

Damien Rice, Volcano


_ Damien Rice, Volcano


밥 아저씨의 곡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무슨 미사여구가 더 이상 필요할까.
들을 때 마다 나는 이 곡을 처음 들었던 그 새벽이 생각난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가 채 가시지 않은 봄 새벽이었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있어서
차갑고 습기 가득한 공기가 내 방을 메우고
나는 그 가운데에 금새 쌀쌀한 온도에 동화 되어버린 손 끝과 발 끝을 모으고
커다란 의자에 몸을 푹 묻고 가만히, 가만히 앉아서
데미안 라이스의 'O' 앨범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굉장히 오래전에 영국에서 지내던 친구가 얘기해줘서 음악도 들어보고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영화의 OST 로도 쓰이고 (Closer 로 알고 있다)
작년 가을 즈음엔 누구의 미니홈피에 가도 흘러 나오는 곡으로
Blower's Daughter 가 되버리면서,
밥 아저씨가 너무 유명해져버려서 별로 듣지 않았지만. (참 이상한 심보 아닌가, 흠.)
누가 '데미안 라이스 곡 들어봤어? 되게 좋더라-' 하면
아, 너무 남자 목소리가 징징 우는 목소리라, 싫어 죽겠어.
감정 표현 너무 오버스럽지 않어? 라고..



느긋한 주말의 저녁이다.
사실 할 일은 많은데 조금이라도 편안해보려고
쌓여있는 일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편이 좀 더 정확하겠지만.
데미안 라이스의 'O' 앨범을 또 줄줄히 듣고 있다.
오랜만에 들어도 여전히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