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감정의 기복이 심해졌다.
신나게 웃다가도 무심코 던진 한 마디에 울 수도 있다.
나는 마냥 말랑말랑한 사람이고 싶지만 사실 그렇게만은 되고 싶지도 않다.
누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다.
기껏 마음먹고 하려고 했는데 하라고 하면 갑자기 하기 싫어진다.
잘 웃고, 상냥하고, 친절하고 싶은데 무척이나 귀찮다.
슬슬 두려워진다.
항상 내가 바라는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은, 삶은, 결코 호락호락하게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이 슬프다.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오해들은 모두를 더더욱이나 아프고 힘들게 만든다.
자꾸 지친다.
이번에도 아니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과 두려움이 엄습한다.
얼마전까지는 괜찮았다.
그래, 아니어도 괜찮아. 괜찮을 수 있어. 라고 생각했다.
금방 체념하게 되고, 무기력해진다.
정말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화가 난다.
새로운 발상이 그렇게 없나 싶다.
지겨워 죽겠다.
똑같은 사람들, 똑같은 질문들, 똑같은 답들, 똑같은 반응들.. 진절머리가 난다.
겉으로만 응응- 하고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서 무섭다.
돌아서서 어떤 말을 할지 몰라서 믿을 수가 없다.
진짜 좋았던게 뭐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지금 현재 즐겁고 행복하긴한가, 하고 자문하는 날들이 늘었다.
억지스럽게 이끌어가는 감정상태가 짜증이 난다.
한 말 또 하고 한 말 또 해야되서 싫다.
기껏 말해봐야 이해도 못하고 눈치도 없고 개념도 없고 상식도 없다.
진정한 공감, 생각해주는 마음 따위는 찾아볼 수도 없다.
누가 내 편이고 누가 다른 편인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만 잣대를 들이대며 이래라 저래라 강요하는 존재들이 싫다.
나만 나쁜년 되는 상황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싫다.
대화가 단절되어서 껄끄럽다.
모든 것을 나누고 싶은 상대를 아직 못찾은 것 같다.
스물여섯 먹도록 진정한 누군가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다.
문제를 얘기하면 제대로 듣지도 않고 무조건 답 부터 주려는 잘난척 쩌는 것들 얘기는 듣기 조차도 싫다.
그렇게 잘 알면서 왜 지 문제는 하나도 해결을 못하는지 참 궁금하다.
다들 급하고, 바쁘고, 시간 없어서 진짜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그 어느 누구도 진정으로 나를 위해주고 감싸주고 들어주지 않는 것 같아서 한없이 서럽고 슬프다.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다 잃은 듯한 박탈감, 허무함, 상실감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