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큰 명절, 추석 같은 이 곳의 Thanksgiving Day.
별로 땡스기빙 같지 않은 롱위켄드를 보냈다.
엄마아빠 결혼기념일 겸 이번주말이 단풍이 끝내준다고 하는데다
연휴까지 겹친 바람에 엄마아빠 두 분은 1박 2일로 여행을 떠나시고
나는 집에 갖가지 밀린 청소, 설거지, 전체적인 정리정돈, 먹다남은 골칫거리 음식들,
그리고 개어서 정리할 여름 빨래들과 겨울 옷 준비와 함께 남겨졌다.
주일에는 잠시 교회를 다녀와서 집에서 빈둥대면서 아무 것도 안하고
계속 인터넷으로 각종 쇼프로 테레비만 봤다.
스타골든벨 재밌다; 2회 정도 보니까 카라 니콜이 설명하는
그 희한한 스피드 퀴즈도 대충 어떤 스타일인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마음만 먹으면 청소고 정리정돈이고 빨리 해치울 수 있는데 안하고 미뤄놨다가
월요일.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코가 비뚤어져라 열 한 시까지 자고 ㅎㅎ
슬슬 시작했다. 음악 들으면서 해서 그나마 처음 40분 정도는 잘 버티겠던데
그 이후로 계속 혼자 집에 남아 청소나 하고 있으려니까 짜증이 막... -_ -;
우리집의 정리정돈 엑스맨은 우리 엄마다..
동생도 좀 그런 편이긴 하지만 동생은 멀리있으니 해당사항이 없고.
암만 아빠랑 내가 열심히 치워놔도 엄마 한 번 지나가면 뭔가 지저분해진다고나 할까?;;
좀 한 곳에 어질러줬음 좋겠는데 항상 지나다니면서 여러군데에 다 자신의 흔적을 흩뿌리고 다닌다
왜 거실에 어지르냐고 ㅠㅠ 다른 가족들에게는 손님이 와서 큰 식사할 때만 사용하는 다이닝 테이블이
우리는 거기서 매 끼니 식사 다 하고, 집에 들어오면 일단 앉는 응접실 용도이기도 하고..;
엄마는 지하 전체가 혼자만의 사무실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꾸며놨음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는 지하에서 쓰시고 책 보고 전화 받고 필기하고 하는건 또 다이닝룸에서 하시고..
옷 벗어서 여기저기 휙휙 두고 화장도 화장실에서 하고 내 방 화장대에서 하고
심지어 나가기 전에 있는 큰 거울에서도 하고.. 휴우. 제발 한 군데에서만 하시라!!! ㅠㅠ
우우 ㅠㅠ 막 나중엔 귀찮고 짜증나고 차마 다 차곡차곡 정리할 엄두가 안나서
엄마 물건들은 옷이고 뭐고 다 옷장에 쌓아서 문 꽉 닫아버렸다-_-;; 뭐 알아서 하겠지.. -_-
엄마는 집이 너무 좁아서 그렇다고 하시는데 그게 무슨 소리.
이 집 보다 더 넓은데로 가면 방도 많고 공간도 넓어서 아빠랑 나랑 뼈 빠진다고 ㅋㅋ
애기도 아니고 엄마가 자꾸 어지르고 다니니까 너무 불만. 수정해줄 것을 요구하면
너, 그게 그렇게 불만이면 니가 돈 벌어서 니 취향으로 이쁘게 꾸미고 살아. 깨끗하게 해놓고.
공격이 무참하게 들어오기 때문에.. 듣기 싫고. 말해봐야 뭐하나 싶고. (어차피 당장 나갈 것도 아니니까-_-)
무엇보다 가족이니까 참고 맨날 치워주고 참아주고 살고 있다... ㅠㅠ
언젠가는 엄마가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ㅋㅋ 그 누구도 치워주지 않으면
이 공간은 폭탄공간 그 자체가 된다는 것을 ㅠㅠ 왜 그게 안될까.. 정말.
썼으면 제자리에. 귀찮아도 밥 먹고 바로 설거지. 뭐든지 반듯하게 접고 차곡차곡 넣는거..
암튼 뭔가 기본적으로 정리정돈 제대로 안되는 사람하곤 편안하고 즐겁게 살 수가 없다 난;;
내가 굉장히 깔끔떠는 성격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란 말이지.
근데도 뭔가.. 견딜 수가 없다 ㅠㅠ
스스로도 피곤해지는 조금의 편집증세가 있어서 - 그나마 굉장히 나아진 상태..
그릇이나 접시, 컵, 옷장의 옷들이 가지런하고 나란하게 세트로, 혹은 색을 맞춰야 기분이 좋아진다..
난 절대로 안치우고 여기저기 잘 어지르는 부류의 사람들을 꽤 알고 있다.
그렇게 돼지우리 (...) 를 해가지고도 병 안걸리고 잘 사는걸 보면 매우 신기하다;
집에 가면 발 디딜 틈도 없이 옷을 산처럼 쌓아놓는 것은 기본이고
하루에 이는 한 번만 닦아도 되고, 비누로 씻는건 아침이면 충분. (그러니까 나갔다와도 안씻는단 얘기)
대청소가 왠말이냐. 그냥 가끔씩 청소기 돌리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 때 정리해주면 되고.
너무 깨끗하게 잘 씻고 자주 씻고 그러다가 아토피성 피부염 같은게 걸린다는데
어쨌든 그건 그들의 변명일 뿐이고.. 나보고 그렇게 하라그러면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ㅠㅠ
청소만 아래위로 쓸고 닦고 치우고 하니까 세 시간 반이 후딱 지나갔다.
너무 배고파서 파스타 해먹고 후드 위에, 스토브, 주변에 기름때고 뭐고 빡빡 닦아서 치우고
꽃병 안에 물 자욱 난거 다 닦고 이파리도 닦아서 물도 새로 갈아주고 다른 화분에 물도 주고
냉장고 속에 좀 흘러내린 국물 따위.. 도 싹 닦았다.
수저 들어있는 서랍은 좀 치우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포크랑 나이프,
스푼, 티스푼 정도로만 분류하고 도로 닫았다-_-;;
막 필요한데 안보이니까 뭔가 뒤적뒤적 덜그럭 거리면서 찾는거 진짜 싫다규.. ㅠㅠ
집.. 처럼 작은 곳이긴 하지만 규칙. 이라는게 있듯이 그게 어긋나면
융통성 없고 뭐 벗어나는거 별로 안좋아하는 타입이라 그런가 아주 짜증난다 ㅋㅋ
딱 뭔가 짜여진 틀 안에서 정해진 것들을 기본 적으로 하고 그 이상으로 다른 것도 잘하는건 좋은데
아주아주 베이스, 기본적인게 안되면서 다른걸 하는건 싫다는 얘기..
암튼 집이 엄청 깨끗해졌는데. 좀 이따 저녁 때 엄마아빠 들어오는 즉시 도로묵이다.
이렇게 하면 뭐하나. 나만 힘들어질 뿐이야. -_-하아..
알면서도 또 그냥 해주고 ㅠㅠ 그냥저냥 살고 있는건...
절이 싫어도 중이 능력이 없으니.. <-
일 열심히 하고 돈 열심히 벌어서 빨리 분가하는 수 밖에. -_-
나는 뭐 이런 땡스기빙데이를 보냈다.
그래도. thinking 자체를 좀 thanking 으로 바꾸자면..
치울 수 있는 집을 주셔서 감사. -_-++
함께 부대끼고 살 수 있는 가족을 주셔서 감사. -_-+
짜증나는건 내가 치울 수 있는 건강을 주셔서 감사.
그리고 간만에 쉴 수 있는 휴식 또한 주셔서 이 또한 감사..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