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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

시크릿가든 그리고 사랑









드라마 시크릿가든을 보고 있다
오늘로 17부까지 진행되었으니 종방을 3부 앞두고 있다
먼저 보기 시작했던 사람들이 대체로 말도 안되게 만화 같다느니
결말 뻔한 유치한 로맨스물이라느니 하며 혹평을 했던터라 별 기대는 없었는데
현빈이 나오는 드라마는 망할리 없고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그 유명한 파리의 연인을 안봤으니 작가의 극본 스타일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 뿐더러
여차하면 보다 말아야지 편한 맘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17부까지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보면서 매번 느끼지만
파스타 이후로 이렇게 마음 쓰며 본 드라마가 있었던가-
특히 오늘 방영되었던 17부는 더더욱이나 마음 아파하며 슬퍼하며 봤다
드라마 보면서 우는거 정말 말도 안된다, 드라마일 뿐이잖아, 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보면서 주인공과 같이 펑펑 울고 있는 나를 보면서 놀랐다

극중 주원과 라임의 사랑을 보면서 문득 들었던 질문 한 가지..
자신의 목숨까지도 순순히 내어줄 수 있을 정도로 저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자신의 가족과 이제까지 누리고 살아왔던 모든 안락한 생활과 주변들을 다 버리고도
'이 사람 아니면 안되겠다' 하는 단 하나의 절박함과 간절함으로..
'사랑' 이라는 감정을 쌓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얼마 전에 읽었던 책에서 말하는 진정한 - 혹은 아주 바람직한 - 사랑의 정의, 의미, 이런거 말고
그냥 흔히들 말하는, 콩깍지 폭 씌운, 앞 뒤 안보이고, 모든게 핑크색으로 보이는 그런,
이성이라는게 송두리째 날라가버린, 절대적으로 감정적이면서도 불 같이 활활 타오르는 사랑,
불장난 같은 사랑이랄지라도 그 한 순간만으로도 추억에 잠겨 행복해질 수 있는,
난 어느샌가 한국 나이로 스물여덟씩이나 먹어 버렸지만 해본 적, 느껴본 적이 없다.

널 사랑하니까 내가 대신 사라질께,
네가 힘들테니까 내가 이 사랑 포기할께,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 제발 그 사람 놔두세요..

이런거.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인지.. 의문.

누군가를 좋아한다해도 언제까지라도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부분이 늘 남았었기에
이제까지의 만남들에 후회는 없지만 그게 늘 궁금했었다
과연 나에게도 그런 미칠듯한 사랑이 찾아올까, 해서.
만약 온다면 한 시라도 빨리 와야되지 않을까, 해서.
그래야 나중에 덜 억울하지 않을까.. 해서. ㅎㅎ
(좀 다른 얘기지만 미래의 내 남자가 나를 만나기 전 그런 사랑 해봤다면, 
그래 뭐, 나이를 생각하나, 뭐나.. 다분히 그럴 여지 충분하지만,
지나갔으니 다행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역시나 마음 한 구석은 섭섭할 것 같다..-_-)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했더니 그 딴거(!!) 안해본걸 다행으로 생각해.. 라는 반응과
그런 감정 충실하고 맹목적인 사랑을 바라기엔 우리가 너무 늙었다.. 는 반응을 보였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인데다 도시락 싸들고 뜯어 말릴 기세였기 때문에
나의 '미친 사랑의 로망' 은 더 이상 펼쳐지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야 했지만..

아직도 삶의 많은 부분과 생각의 회로가 무엇이든 나 중심적으로
내 시간과 나의 안위를 위해 돌아가는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희생 정신이 바탕이 된 동화 같은 사랑 못해볼지도 모르겠다
성격과 가치관을 뛰어넘어 나에게 없는거니까 무작정 동경하는거라는 생각도 들고.
가능하면 이런 고민 없이 이성과 감정의 사이에서 가장 멋진 조합을 만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주원이나 라임이나 어떤 누구도 물거품으로 사라져버린 인어공주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극적 결말, 주인공의 죽음으로 처절하게 끝나는 드라마는 용서할 수 없다;
아무래도 그런 마무리가 드라마 다운가 싶지만..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자신이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목숨까지 버릴 마음으로
폭풍우 속으로 차를 몰던
지독하게 슬픈 사랑에 빠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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