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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계절을 아름답다했나.



 
밖은 화창하고 햇빛도 좋고
하늘도 맑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들
그래서 그런가
온통 뿌옇게 흐려진 내 자신이
더더욱이나 까맣고 별 볼 일 없어 보인다
한없이 하찮은, 먼지보다도 더 작은 존재 같이 느껴진다
 
나라는 존재를 없애버리고 싶을 만큼.
순간 홀연히 사라져버리고 싶을 만큼.
 
 
이토록 공허하고 어두워져버린 마음이
순식간에 내동댕이쳐져
제멋대로 얽히고 섥힌 뼈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때 마다
숨을 못 쉴 정도로 외로워지고
쉬지않고 그 뾰족하고 날카로운 것들에 베인다
가장 깊고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 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래저래 잔인한 계절이다
 
 
날씨가 좋아도 지랄, 나빠도 지랄.
아니 계절이 그런게 아니라
우리가 지랄 같은거지. 인간이라는 존재가.
 
 
아아.
우울하고 무기력하다.
밑도 끝도 없이. 젠장.
 
 
잔인한 계절. 쉴새없이 기분이 바닥을 치게 하는 화창함. 싫다,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