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집을 나서는데 앞집 아줌마는 오늘도 기껏해야 여덟살인 딸래미한테 신경질 적인 말투로 소리를 빽빽 지르고 있었다. 그 나이부터 본격적으로 악마도가 상승하긴 하지만 ㅋㅋ 충분히 타이르고 도닥여도 말을 알아들을텐데.. 보니까 아저씨가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더라. 잠들면 절대로 안일어나는 나도 하도 큰 소리가 나니 당장이라도 무슨 일 나는줄 알고 심장 벌컥대서 막 일어난다-.- 무섭다 ㅠㅠ 이래서 어른들이 남자 잘 만나라고 하는거 같다. 남편한테서 받은 모욕이나 상처를 자식에게 고스란히 물려주는 모습을 보면서 참 안타깝다. 너그럽고 자상하고 푸근한 사람 만나야겠다..
2
3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타사 사람들 중에 다짜고짜 전화에 대고 반말부터 하거나 말 걸어놓고 화부터 내는 사람들이 있다. 솔직히 이해는 간다. 일 분 일 초 다투어 뭔가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생각대로 잘 되지 않거나 담당자가 바로바로 연락이 안된다거나 컨디션이 안좋았거나 했다면. 그러나 그런 글러먹은 태도가 마치 직급의 특권인 양 자기는 높은 직책에 있으니 그래도 되고 다른 사람이 그러는건 안되고 식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 바 없고 관심도 없지만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그렇게 화내고 함부로 아랫사람들 무시하고 깔보는 태도로 일관하면 과연 업계에서 얼마나 갈까 싶다. 자기 혼자 일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하기 싫고 힘들고 귀찮고 짜증나면 아예 하지마라. 계속 툴툴거리고 한 마디로 '지랄발광' 을 하며 결국 다른 사람들이 잘 못하고 마무리 깔끔하게 안한 것도 자기가 다 봐서 완벽하게 넘겼다며 오만 생색 다 내는 꼴이 여간 같잖은게 아니다. 뭐든지 적당히. 특히 자기 자신 스스로도 감정 절제가 잘 안되는걸 알고 있다면 침묵을 지키는 편이 좋겠다. 주변 사람들 까지 나쁜 영향 받고 기분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 서로에 대한 예우이고 존중. 그 날 감정 폭발 이후에 존경심이 사라졌다.
4
유난히 한국 사람들이 화가 많은 것 같다. 조금만 늦춰지거나 자기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낸다. 주변 상황이 어떻든, 누가 듣고 있든, 장소가 어디든.. 욱하는 다혈질 혈통은 어쩔 수 없다 치지만 언제나 빨리빨리를 외쳐대고 다들 너무 심한 경쟁 속에서 살다보니 여유롭게 착하게 선하게 솔직하게 대하면 졸지에 '병신' 취급을 받는다. 못났다고 생각하고 능력 없다고 생각하고 제 밥 못 찾아먹는거라 생각한다. 착한 것, 선한 것은 결코, 절대로- 타협해서도 안되고 평가 절하 되어서도 안되는데. 남의 것을 빼앗아서 까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도 되는 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우린 이미 너무나 많은 희생과 손해를 봤지 않나. 얼마나 더 썩어 문드러져야만 바뀔 수 있을까.. 안타까운 한국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