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우지 않으면 열 두 시도 좋고, 두 시도 좋고. 내내 잘 수 있는 엄청난 잠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나인지라, 깊이 잠이 들면 아무 소리도 안들리고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쿨쿨 잘 잔다. 어렸을 때는 그나마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특히 대학 때 삶의 패턴이 완전히 망가진 뒤로, 포기하고 아무 시간에나 자고 아무 시간에나 일어났다. 이런 게으른 패턴은 계속 되었다. 오죽하면 우리엄마 평생 소원이 '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였을까. 그러기엔 아침잠이 너무 좋아서..
아무거나 (쳐)먹고 다녔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기본적으로 치즈 잔뜩 올려져 있는거라던가 튀긴 음식, 고기 등이라서 쉽게 살찌고, 살찌니 몸이 무겁고, 그러니 움직이기 싫고, 옷이 안맞으니 스트레스 받아서 더 먹고, 먹으니까 돈은 돈대로 나가고 전부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이니 살은 쪘지만 기초체력 또한 바닥을 치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스스로의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으니 자꾸 마음까지도 삐뚤어지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기본 습관이 잘 되어있지 않았던 터라 한국에 나오기 전에 많이 걱정했었다. 창피한 일이지만, 애도 아닌데 이런 것 때문에 부모님도 많이 걱정하셨다. 혼자서 있어야 되니까 깨워줄 사람도 없고, 음식 챙겨먹고 다니기 힘들겠다는것, 그리고 체력은 없는데 무리하게 일하려고 하다가 건강 해칠까 해서.
멀리서 서울의 다운타운이라고 할 수 있는 곳까지 회사를 다녀야 되니 그야말로 '얄짤' 없지만, 그래도 회사 자체의 분위기가 워낙에 자유롭고 자율적인 외국계열 회사인데다, 출근시간 확실하게 정해져 있지 않고 다 알아서 적당한 시간에 출근해서 업무 마치고 퇴근하는 스타일이다보니 회사 다닌지 단 한 달 만에 기강이 완전히 무너졌다. 아침잠 많은걸 이기지 못하고 적당히 일어나 적당히 출근하고..
8월부터는 절대로 절대로 그러지 말자, 하고 아침 다섯시 반에 일어나 빨리 준비하고 나오기로 마음 먹었다. 회사에 제일 먼저 출근해서 불 켜고, 에어컨 켜고, 회사 전체에 보내는 서류 메일로 전송하고, 꽃에 물주고, 책상 정리정돈 하고 설거지 하고 커피랑 컵 정리하는 것 등등.. 그야말로 자잘한 잡일이지만 이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아무 것도 효과적으로 해낼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니까. 매일의 일과, 기초부터 탄탄히 다지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실행중이다.
모든 것에 다 스스로 책임을 지고 신경을 써야된다는 생각에 스스로 부담도 되지만 그러면 안될 것 같아 건강에 좀 더 눈을 돌리기로 했다. 여기서 지내는 동안 음식 조심하고 건강 챙겨서 피부도 좋아지고 몸매도 가꾸고 자기 관리를 확실하게 해서 스스로에게 책임을 다하고 오히려 더 좋아진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번달을 잘 헤쳐나가면, 다음부턴 좀 더 쉽겠지. 힘내야겠다 :)